전기차發 '고용불안' 표면화…현대차 노조 또 집안싸움
'람다 엔진' 물량 둘러싼 갈등
아산공장 vs 울산공장 노조 대립각
현대차 아산공장. 사진=현대차
전기차 전환 본격화로 자동차업체들의 기존 내연기관 인력 고용불안이 표면화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에선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 온라인 판매를 노조가 막아서 논란이 됐다. 스타리아 물량 싸움에 이어 엔진 생산 물량 배분을 두고 노조 간 갈등이 심화하는 형국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2일 아산공장에서 고용안정위원회를 개최해 '람다 엔진'의 울산공장 생산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지부장까지 아산공장을 찾아 사태 진정에 힘 쏟았지만 협상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람다 엔진'은 2004년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V형 6기통 엔진이다. 주로 제네시스, 에쿠스, 팰리세이드 등과 같은 고급차 혹은 대형차에 적용됐다.
현대차 아산공장과 울산공장은 람다 엔진 물량 배정과 관련해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달 26일 아산공장 노조는 일부 라인 정지 등 파업까지 단행했다. 같은달 19일 현대차 엔진사업부 노사가 람다 엔진 연간 5만대를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확약서가 갈등의 발단이 됐다.
아산공장 노조는 "2018년 국내 람다 엔진 전량을 아산공장이 전담 생산하기로 사측과 합의한 것에 위배된다"며 엔진사업부 노사의 '5만대 생산 합의'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또 '람다 엔진 5만대 배정'은 엔진사업부 노사 간 이뤄진 결정일 뿐, 아산공장 측과 협의된 내용이 아니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반면 울산공장은 울산공장대로 사측과의 '람다 엔진 5만대 유치' 확약서를 근거로 아산공장에 맞서는 상황. 울산공장은 그간 생산하던 대배기량 '타우 엔진' 단산으로 생긴 물량 공백을 메워야 하는 처지였다. 마침 팰리세이드 증산 결정으로 람다 엔진 필요량이 늘어난 게 울산공장에게는 기회가 됐고, 노사 합의 하에 5만대 람다 엔진 물량을 따낸 것이다.
하지만 아산공장 측은 고용안정을 위해선 섣불리 물량을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생산 여력이 되는 한 이관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향후 내연기관 생산량 감소를 대비하는 측면이 크다. 설령 '한시적 이관'이라고 해도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한 번 내준 물량은 되돌려 받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현대차
현대차 노조는 람다 엔진 물량 배정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아산공장과 울산공장이 각각 근거로 내세운 회의록과 확약서 양쪽을 모두 사실상 무효화하고 "원점에서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현대차 노조 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노노분열이 야기돼선 안 된다"며 "양 주체(울산·아산공장 노조)가 고용안정위 개최에 동의한 만큼 양 주체 합의서를 근거로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 및 추가 물량확보 방안까지 면밀히 검토해 내주 고용안정위를 통해 아산·울산공장의 엔진 관련 논쟁을 종식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논의가 마무리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지부장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이라 선거 이후에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현대차 노조는 다음달 10일 지부장과 수석부지부장, 부지부장 등 신규 집행부를 뽑기 위한 선거 일정에 돌입한다.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현대차 노조의 불안감이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다. 앞서 현대차 울산공장과 전주공장이 스타리아 생산 물량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영업직 노조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나섰다. 최근 노조는 캐스퍼 온라인 판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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