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누구냐 넌… 엔씨소프트 3천억 지른 슈퍼개미 미스터리
시세 조종? 내부 정보? 의견분분
거래소, 매매패턴 집중조사 착수
시장, 선물 연계 ‘작전’ 의혹 제기
국내 증시에서 국내 3대 게임업체 중 한 곳인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하루에 3000억원 어치 사들인 ‘슈퍼개미’가 연일 주목을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지난 11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29.92%)까지 치솟은 78만6000원에 마감했다. 한 주에 60만원이나 되는 대형종목이 상한가를 친 자체가 근래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시장을 더 놀라게 한 것은 같은 날 장마감 후 엔씨소프트를 다음 날 하루 동안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키로 했다는 거래소 공시였다. 개인투자자 한 명이 49만2392주 순매수한 금액이 시총 2%를 넘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총매매량은 70만주 가량으로 엔씨소프트 거래량 365만5331주 가운데 25%를 개미 혼자 주무른 셈이다.
거래소는 이 투자자의 엔씨소프트 매매패턴 등에 대한 집중조사에 들어갔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은 공매도를 통한 포지션조정을 허용하면서도 개미는 수천억원 자기 돈으로 투자도 못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의 조치와 절차는 혐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요건이 충족함에 따른 당연한 절차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관투자자들도 특정 종목에 일정 규모 이상을 집중 매매할 경우 같은 조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주식투자 이익금을 다 토해낼 뿐 아니라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날이 파생상품 만기일이었던 데다 그다음 날 장중 11% 이상 떨어진 점을 볼 때 엔씨소프트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등에 투자해 주가를 임의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된다. 엔씨소프트의 대체불가토큰(NFT) 투자 등 내부정보를 미리 확보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미스터리한 것은 이 투자자의 매매 행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장 합리적인 의심 중 하나는 막대한 돈을 굴리는 개인투자자가 당국 조사가 이어질 줄 모르고 버젓이 투자했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 콜이 진행된 시점을 보면 사전 정보 입수 의혹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엔씨소프트는 주식시장 개장시간과 동일한 오전 9시부터 1시간56분간 3분기 실적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본격적인 주가 상승은 설명회 시작 40여분 뒤인 NFT 연계 신작 출시 사실이 처음 공개된 때부터였다. 이 슈퍼개미가 사전에 정보를 입수했다면 그 이전부터 시차를 두고 저가에 사들이는 게 인지상정 아니냐는 것이다.
반대로 70만주를 사고 20만주를 매도하는 등 샀다 팔았다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보면 시세조종 의혹이 아예 없었다고 보기도 애매하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은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올려 ‘황제주’ 귀환을 예고하고 나섰다. 일단 ‘큰손 개미’의 일회성 주가부양 이벤트와 관계없이 신작 출시에 이 기업의 미래를 더 희망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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